Work Text:
오메가.
렉스는 짧은 생애 최초로 이지가 흐려졌던 순간을,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스스로의 몸이 선사했던 치욕감을, 그로부터 10년도 넘게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까지 생생하게 기억했다.
기관에 등록되어 정기적으로 보건소의 관리를 받는 알파보다야 처지가 나은 편이었으나 베타가 아닌 이상 알파나 오메가나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본인 의지로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욕구에 휘둘리는 위험성. 페로몬 하나 갈무리하지 못하는 멍청이들 때문에 이성을 잃을 가능성.
시중 약국에서 판매되는 상품 대신 자신의 체질에 적합한 히트 억제제와 향수 형태의 페로몬 완화제를 개발한 끝에 모두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향이 나는 성공한 베타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는 있었어도, 누군가에게 휘둘리기 위해 만들어진 몸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방법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조차 않았으므로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베타로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빌어먹을 페로몬이 강제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취향과 판단에 의거하여 내킬 때마다 원하는 상대와 밤을 보내는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예전에 비해 한풀 꺾였기는 해도 증오심은 여전히 렉스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러다가 느낀 감각.
온전하다는 감각. 슈퍼맨과 함께 있으면서 느낄 것이라고는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감각.
내 몸이 드디어 내 것이라는…… 느낌.
렉스는 클락의 목에 이마를 묻고서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땀, 먼지, 잉크, 종이, 싸구려 향수, 쓰레기 같은 커피, 그 많은 냄새 중 오메가를 안으면서 흥분한 알파의 역겨운 페로몬 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슈퍼맨……."
발음이 뭉개진 탓에 이름을 불렀다기보다는 아무 단어나 웅얼거린 소리에 가까웠지만, 그 이름의 주인만큼은 렉스가 누구를 찾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클락은 빨갛게 부어오른 것으로 얼마나 괴롭혀졌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유두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허벅지 위에 내려앉아서 기어코 뿌리까지 삼켜 낸 엉덩이로 손을 가져갔다. 렉스의 아래는 행위가 무르익기도 전에 쿨쩍거리는 소리를 내며 흘러나온 투명한 애액과 버릇없는 외계인이 이미 한 번 안에 파정한 결과물로 희게 젖어 있었다. 형질이 발현한 이래 처음으로 두꺼운 살덩어리를 받아들인 오메가가 다행스럽게도 신체적인 고통보다는 쾌감에 몸을 떨고 있다는 증거였다.
클락은 렉스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잔뜩 흐트러진 호흡이 닿은 곳에서부터 번져 나간 열기가 순식간에 얼굴까지 집어삼켰다. 언제나 자기 자신을 최우선시해 오던 렉스가 이번에도 한결같이 상대 알파의 상태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본인의 쾌감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얼굴을…… 한때 숙적이었던, 아니, 렉스 루터라면 저와 이런 일을 해 놓고도 자신을 계속 증오의 대상으로 볼지도 몰랐다…… 가능성이 아주 충분한 이야기였고, 그런 사람에게 이렇게……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각에 의해서 형편없이 빨개지고 일그러진 얼굴을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슈퍼맨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듯 단단한 근육이 잡힌 어깨를 조금 더 힘주어 안은 렉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위로 들뜬 순간 약간이나마 여유가 생겼던 구멍은 지금도 정사의 흔적이 너저분하게 새겨지는 중인 살에 클락의 체모가 닿을 정도로 간격이 좁혀지는 순간 다시금 한계까지 벌어지면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아, 계속 얌전히… 읏… 페로몬이나 풀면서… 아! 흐으윽…!"
아직까지 여운이 남은 첫 절정을 떠올리면서 클락이 집요할 정도로 누르고 짓쳐 댔던 지점을 본인 스스로도 찾아보던 렉스가 불현듯 몸을 떨었다.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해야 할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입은 크게 벌어진 채 말랑한 혀를 무방비하게 노출하고 있었다.
클락은 뒤로 기울어진 렉스의 몸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가벼운 절정의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렉스의 성기가 꿀럭이며 뱉어 낸 파정액이 배에 떨어졌다가 아주 느리게 옆구리를 타고 시트로 떨어지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자신은 이렇게 모든 감각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심지어는 조금도 갈무리되지 않아 폭력적으로까지 여겨질 만큼 끈적하고 달콤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페로몬을 느끼면서 버티고 있는데, 왜 너는.
렉스, 욕설 대신 상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지껄인 클락이 고개를 기울여, 자신은 알지도 못하고 알아낼 수도 없으며 알고 싶지도 않은 이들과 무수히 혀를 섞었을 입을 틀어막았다. 숨을 쉴 통로가 막히자 렉스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이 들렸다,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렉스는 알파의 페로몬이 땀으로 젖은 저희 두 사람의 몸을 푹 감싸다 못해 넓은 침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퍼졌는데도 결국 감지하지 못했다. 클락 자신과 다르게. 오랜 숙적이 흥분한 알파 앞에서도 아무런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하는 베타가 된 감각에 취한 사이, 클락은 자신의 몸이 얼마나 보통 사람들과, 렉스 루터와 다른지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혀를 쫓았다.
